세계여행/자동차 세계일주

[아빠와 아들의 자동차 세계여행] #2. 러시아에서 맞은 아들의 생일

BigOh 2023. 7. 12. 10:52

#3.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불친절한 러시아 공무원

도착 다음 날은 토요일이라 아들이랑 해양 공원과 도심지 관광을 하며 푹 쉬고 월요일 아침에 차량 통관을 대행 해 줄 GBM 사무실에 찾아갔다.

 

그곳엔 우리와 함께 동해항에서 차를 싣고 오신 백진수 형님과 러시아인 형수님 도 와 계셨다.

 

대행사 직원은 세관에 가야 한다며 우리를 데리고 세관까지 걸어갔다.

 

쌀쌀한 날씨에 9살 아들과 아침부터 30여 분을 걸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세관으로 오라고 하지.’ 하고 속으로 원망했지만, 러시아에서는 어린이라도 한 30분 정도 걷는 건 기본인지 대행사 직원은 전혀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힘들게 세관에 갔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우리는 별로 필요가 없었던 모양이다.

 

GBM 직원과 세관 공무 원이 몇 마디 얘기하는데 공무원이 상당히 권위적이었다.

 

그리고 몇 마디 나누는 거 같더니, “이제 가도 된다.”라고 말했다.

 

대행사 직원은 세관 공무원에게 질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냥 세관에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갑, 을, 병’의 ‘병’쯤은 되는 처지였다.

 

‘그럼 우리는?’

 

답답한 마음을 백진수 형님네 부부와 얘기도 하고 점심을 먹으러 해양 공원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조지아 전통 음식을 파는 나름 유명한 〈수프라〉라는 식당이었다.

음식도 싸고 정말 맛있는 곳이었다. 매시간 아니 한 30분에 한 번씩 전통 공연을 해 아주 재밌게 체험하고 그간 쌓였던 피로를 풀었다.

그리고 이날은 음식도 백진수 형님께서 사 주셨다.

역시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나 보다. 누가 블라디보스토크에 관해 물어보면 꼭 한마디는 해야겠다.

 

“블라디보스토크에 가면 이 식당은 꼭 가야만 해~”

 

 

블라디보스토크 조지아 전통식당 '수프라'

 

#4.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산 넘어 산

10월 6일 목요일, 러시아 도착 6일 만에 세관으로부터 차를 인수했다.

 

우리는 고맙게도 블라디보스토크의 유명 한 한식당 〈명가〉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겨울용 타이어를 싸게 교체하고 러시아에서 월동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 할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세관으로부터 차량 인수한 날

 

이제 출발 준비는 끝났고, 더 큰 준비, 아니 가장 중요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벌써 저녁 8시가 다 되어 있었다.

 

내일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아들의 9번째 생일이라 생일 케이크와 초를 사야 한다.

 

그런데 벌써 날이 어두워져 빵을 파는 곳이 모두 문을 닫을까 서둘러 빵집을 찾았지만, 우리나라처럼 빵집이라고 모두 케이크를 파는 게 아니었다. 5곳의 빵집을 찾아갔지만, 모두 케이크는 팔지 않았다.

 

‘큰일이다. 벌써 9시인데 모두 문을 닫으면 어떡하지?’

아들은 결국 케이크를 못 살 것 같다고 느꼈는지 눈물을 글썽이고 다리도 아파했다.

 

인터넷으로 빠르게 검색해 봤지만 가는 곳마다 케이크는 팔지 않았다.

행인에게도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 다.

 

나는 순간 대형 마트가 생각이 나 서둘러 가 보니 다행히 케이크가 있었다.

아들도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다.

 

서둘러 사고 계산하려는데 생각해 보니 초를 못 샀다.

다시 몇 바퀴를 돌며 보는데 이번엔 초를 찾을 수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쪽 귀퉁이에 있는 투박한 양초 같은 초를 보여 줬다.

‘이거라도 어디냐.’ 하고 주워 들어 계산하려는데 생각해 보니 숙소에는 전기레인지밖에 없고 초에 불을 붙일 라 이터가 없었다.

 

다시 매장으로 가서 라이터를 찾는데 이번에는 라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

 

‘아…! 이런 걸 산 넘어 산이라고 하나 보다.’ 어렵게 생일 케이크를 샀더니 초가 없고, 초를 샀더니 라이터가 없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힘든 상황에 출국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이젠 나도 지쳐 버렸다.

 

그렇게 힘들게 모두 준비하고 숙소에 돌아왔다.

 

서둘러 아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해서 맛있게 먹으며 아들과 일기를 쓰는데 아들이 쓴 일기를 보니 너무 귀여 워 하루의 피로가 싹 가셨다.

 

[태풍이 일기]

 

22년 10월 6일 목요일 갑자기 한식당 〈명가〉 사장님이 도와주러 오셨다.

는 오늘 아빠랑 명가 사장님이랑 차 타이어를 바꾸러 갔다.

그리고 차 이름을 지었다. 바로 흰둥이였다. 정말 좋았다.

오늘은 또 케이크를 사러 갔다.

오늘은 정신이 없었고 아빠랑 나랑 힘들었다.

그래도 내일은 내 생일이다. 정말 설렌다.

내일은 어떤 날인지 궁금하다.

나는 기대를 하 겠다.

 

 

 

#5.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외국에서 맞이한 아들의 9번째 생일

 

오늘은 아들의 9번째 생일이다.

 

아침에 생일 파티를 하고 오후에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시작한다.

 

그래서 생일 파티는 아침에 하기로 했었다.

 

아들이 아직 꿈나라에 있는 동안 나는 밥과 미역국을 끓이고 생일 케이크까지 준 비를 마쳤다.

 

“생일 축하해, 우리 아들~”

“….”

 

아들 표정이 뾰로통하다.

생일 선물이 뭘까 기대하는 거 같기도 하고….

 

“오늘 생일인데 얼른 가서 예쁘게 씻고 나서 밥 먹자.”

 

아들이 씻을 동안 나는 생일 선물을 미리 준비(?), 아니 숨겨 놓았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태풍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아들이 촛불을 껐다.

 

“태풍아, 아빠가 우리 태풍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우리 태풍이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아주 아주 많이 사랑 해! 생일 축하해~ 잠깐만, 아빠가 선물 가져올게~ 짠~”

나는 뒤에 감춰 두었던 초코파이 하나를 꺼내 아들에게 주었다.

 

“사실은 아빠가 한국에서 올 때 짐이 많아서 태풍이 선물을 못 가져왔어. 대신 이거 받아 줄 수 있겠어?”

 

“응, 고마워~”

 

아들은 내 앞에서 미소를 짓고는 아무렇지 않게 초코파이를 받았다.

 

나는 아들이 실망(?)하고 있을 때 조용히 뒤 로 돌아가 진짜 선물을 가져와 다시 아들에게 주었다.

 

“짠~ 사실은 아빠가 놀라게 해 주려고 한 거야. 이게 진짜 선물이지~” 하며

진짜 선물로 게임기를 주니 아들은 입이 귀에 걸려 내려올 줄 몰랐다.

 

“아빠, 고맙습니다~”

 

 

다음 날 새벽 혼자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며 알았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아빠와 엄마가 실망하는 게 싫어 투정도 부리지 않고

항상 웃으며 이해하는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 오히려 가슴이 아팠었다.

 

오늘도 내가 초코파이 선물을 주고 진짜 선물을 가지러 간 사이

 

아들은 입을 삐쭉하며 한숨을 쉬고 실망해 있었 다.

 

그렇게 속상해도 아빠 앞에서는 웃음을 지어 보이는 아들 모습에

 

너무나 가슴 아프기도 하고 또 예뻐 보였 다.

 

우리 아들은 그런 아이이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그런 소중한 아들을 만난 날이다.

 

 

“아빠 만나러 와 줘서 고마워, 아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맞이한 아들의 9번째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