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아, 우리 여행 가자”
“응, 가자! 아빠”
“어디 가려는지 알아?”
“아니”
“그런데 그냥 가자고 해?”
“난 그냥 아빠랑 가면 다 좋아”
“우리 자동차 타고 세계 여행 갈 거야”
“우와~ 진짜? 어떻게?”
“지금 우리가 타는 차를 러시아로 가져가서 거기에서 저 땅끝 포르투갈까지 우리 둘이 자동차 타고 여행할 거야”
“아빠, 이게 다 러시아야? 왜 이렇게 커?”
“그래.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거든. 그래서 거기를 지나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우리 한 여섯 달 정도 아주 오래 갈 거야”
“그러면 학교는?”
“학교는 못 가지 내년에 3학년 되면 돌아올 거야”
“옛쓰으~~”
“그렇게 좋아?”
“응, 아빠 빨리 가고 싶어”
우리 부자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 한국-화순, 여행의 시작은 하늘이 돕고 있었다
지난 1년간 유튜브와 블로그 그리고 비슷한 경로로 여행한 선배님(?)들의 책을 몇 번씩 보고 주말마다 흰둥이(아 들이 지은 한국 차의 애칭)와 차박 캠핑으로 실습을 했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진행되었지만 딱 하나 걱정되는 게 있었다. 2022년 가을, 지금은 바로 코로나19 대유행 중이라는 사실.
혹시나 동해항에서 차를 보내고 탑승 전 검사 때 코로나19에 확진되면 격리로 인해 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도 있어 조마조마하며 지내던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앗싸라비아?’ 사무실에서 매일 보던 직원이 코로나19에 걸렸단다. 며칠 전에 직원들과 밥을 같 이 먹었는데 그럼, 혹시 나도? 이제 여행 출발까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검사를 해 보았더니 음성이었다. 하지만 다른 직원들은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늘어 갔다. 나도 다음 날 다시 검사했더니 양성 판정을 받았고, 아빠와 단 둘이 생활하는 우리 사정상 아들도 바로 하루 뒤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렇게 우리 부자는 단둘이 집에 격리된 채 부둥켜안고 일주일을 지냈다. 아들은 하루 정도 고열이 나긴 했지만 별 탈 없이 완쾌되었고, 우리는 ‘양성 확진자 타이틀’을 가진 채 안전하게 (?) 여행을 준비할 수 있었다.
※ 양성 확진자에 대한 의학적 소견 : 양성 판정 후 회복된 사람은 60일 이내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어도 전염 가 능성이 낮은 사람으로 분류돼 양성 확진자로 취급되지 않음.
우리 부자의 자동차 세계 여행은 이렇게 하늘이 돕고 있었다.
#2.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반갑다. 러시아!


드디어 9월 30일, 우리는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갖고 동해항에서 무사히 출항했고, 꼬박 하루가 걸려 다음 날 오후 늦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러시아 사람들이 제일 먼저 내리고 그다음은 짐이 없는 승객, 우리처럼 찾을 짐이 있는 승객은 하선 순서가 가장 마지막이라 우리가 내릴 때는 날이 벌써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간 유라시아 횡단을 하는 사람들의 유튜브를 많이 봤지만, 여객선 터미널에서 짐을 찾는 영상이 없었 던 이유를 배에서 내려 보니 알 수 있었다.
짐을 찾으려고 내려간 곳은 완전 아수라장이었다. 여기저기 자기 짐을 찾으며 부르는 소리에 무질서하게 줄을 서서 계단을 몇 번 올라가야 출입국 심사장과 세관을 만날 수 있었다.
나와 아들은 우선 서둘러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짐을 찾아 한곳에 세워 두었다.
그리고 나는 큰 배낭을 메고 이 민 가방 2개, 캐리어 등 6개로 나뉜 총 100kg가량의 짐을 혼자서 계단으로 옮기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래서 심사장에도 가기 전에 기진맥진해져 도저히 유튜브용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아, 이래서 입국장 수화물 찾는 장면은 다른 유튜버들도 영상이 없었구나~’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무뚝뚝한 출입국 심사장 공무원과 세관을 통과하고 나니 벌써 저녁 8시가 넘어 있었 다.

첫날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예상해 숙소를 한인 게스트하우스로 예약했는데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숙소 안내자가 나와서 택시를 기다리며 또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는 계단을 두 번이나 올라야 하는 2층에 있어서 또 좌절하고 나서야 간신히 밤 9시가 넘어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아~ 반갑다!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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